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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jin Park
Frontend Dev

CAD 부원 모집기
2014. 3. 15.

지난 한 주간 학교에서 동아리 부원을 모집해 보았다. 처음으로 하는 부원 모집이라 부족한 점이나 어려운 점도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 꽤 순조롭게 부원을 뽑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전 준비: 포스터 제작

3월 10일부터 본격적인 동아리 홍보가 시작된다는 사실을 듣고, 시간이 그나마 남던 방학에 홍보 포스터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일러스트레이터로 유려한 효과를 내 보려고 했으나, 배워 볼 시간이 부족하기도 하고 너무 귀찮아서 간단한 툴로 때웠다.

1시간 내외로 만든 것 치고는 결과물이 꽤 높은 품질로 나와서 만족스럽다. 기존에 제작해 놓았던 티스토리 블로그의 디자인을 거의 가지고 오다시피 해서 시간을 많이 단축할 수 있었던 것 같다.

3/10 (월): 포스터 부착

동아리 홍보가 시작되는 날, 미리 아빠 병원의 무한잉크 프린터로 출력해 놓았던 포스터 13장 정도를 2층이나 정문, 급식실과 같은 1학년들이 많이 다니는 위치에 부착하였다.

타 동아리처럼 1학년 교실에 난입해들어가 CAD에 많이 지원해 줘!라고 호소하는 것은 성격 상 안 될 것 같아, 소심하게 홍보는 그저 포스터 부착으로만 하는 것으로 했다. 지원이 저조할 것 같아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으나 될 대로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추가적인 홍보는 하지 않았다.

컴퓨터부가 너무나도 공돌스러운 부라는 점을 감안하여, 또 여자 반에 들어가기에는 내 항마력이 낮아서 남자 반에 집중적으로 홍보를 했다. 1학년 남자 반에는 각 반마다 포스터를 하나씩 붙였지만, 여자 반에는 복도에 2개 정도를 부착하는 것으로 홍보를 그만두었다. 여자 반 복도에 포스터를 붙이는 데 갑자기 한 1학년 여자 후배가 "여기는 무슨 동아리에요?" 라고 묻는데, 괜히 당황해서 별 말을 하지 못한 기억이 난다. ..으, 이런 성격은 고쳐야 하는데.

3/13 (목): 면접 결정과 추가 포스터 부착

소심하게 홍보했음에도 컴퓨터부라서 그런지 꽤 많은 사람이 지원 의사가 담긴 문자 메시지를 보내 왔다. 입부하고 싶다고 문자를 보낸 사람은 총 7명이었는데, 원래 5명 정도만을 부원으로 뽑을 생각이었기에 면접을 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얼굴도 볼 겸, 지원하는 사람들 수준이 어느 정도 되는지도 볼 겸.

..사실 면접을 한 번쯤 해 보고 싶다는 마음도 조금(사실은 많이) 섞이긴 했다. 면접관이 자리에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사람을 선발하고 싶을지에 대해 알고 싶었다. 고등학교 생활을 하면서 동아리 부원 선발 면접을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그리하여 즉흥적인 결정으로 금요일 방과후 CAD 부원 선발 면접을 보기로 기준이와 결정했다. 시간이 남는 점심 시간에 지금까지 부착된 포스터와 1학년 각반(남자반) 칠판에 면접 정보를 적었다. 여자 반에도 적을까 했으나 낯뜨겁기도 하고 적어봤자 지원이 저조할 것 같아 적지 않았다. ..지금은 이를 조금 후회한다.

이에 더하여 저번에 붙였던 포스터가 훼손된 것이 있기도 하고 여기다가도 붙였으면 좋았을 것 같은 부분들이 있어서 기준이가 새로 5장 정도를 출력해 온 포스터를 여러 곳에 새로 붙였다. 매점이라던지, 인문사회부 앞 게시판이라던지.

3/14 (금): 대망의 면접

면접 준비

면접을 보기로 결정하긴 했지만 처음으로 해 보는 면접이라서 그런지 굉장히 떨렸다. 취소할까? 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이미 공지한 것을 취소할 수 없기도 해서 결국 면접을 보게 되었다.

면접 2시간 전까지 크게 준비한 것은 없어, 그저 무엇을 물어볼 지 기준이나 신웅이, 채용이, 재성이와 상의하기만 했다. 면접이 거의 임박했을 때까지 무엇을 물어볼 지 결정도 하지 않았었으니,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급하게 결정한 것 같다.

면접 1시간 40분 전, 수학 선생님의 사정으로 인한 자습 시간에 기준이와 상의하여 면접 때 무엇을 물어볼 지 결정했다.

  • 2문장 내외로 자기소개해 주세요.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아라비아 숫자는 무엇인가요? 로 하려다가, 너무 어려운 것 같아서 질문을 바꿨다.
  • '이것만큼은 남에게 질 수 없다!'는 것이 있나요?
  • CAD에 들어오게 된다면 하고 싶은 것이 있나요?

그때까지 입부 신청서의 내용도 준비되지 않아, 남은 50분동안 급하게 자필로 대략적인 초안을 작성하였다. 간단하게 기존 프로그래밍 경험 등을 신청서를 통해 얻기로 하였다. 이에 더하여 면접을 받을 1학년들의 편의를 위해서 면접 때 할 질문을 미리 신청서에 작성해 두기로 하였다. 면접을 받으며 갑작스러운 질문을 받았을 때 답변을 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작년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으니까.

원래 아래에 '오늘의 청소 정보'가 쓰여 있고, 오른쪽 화이트보드에 질문들이 적혀 있었는데 신웅이가 저것만 남기고 다 지워 버렸다. ㅠㅠ

면접 답변자를 추리면서 느낀 점이 있다.

  • 면접 전 답변지(입부 신청서)는 면접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구나.
  • 소심한 것보다는 큰 목소리로 당당하게 말하는 것이 더 인상이 좋구나.
  • 심각한 얼굴보다는 웃는 얼굴이 좋구나.
  • 면접자들의 얼굴을 기억하기가 쉽지 않구나. 왜 다른 동아리가 면접 전 사진을 찍었었는지 이해가 된다. 이번 면접 때 사진을 안 찍어놓았던 것이 후회된다.

부원들과 불합격 대상자를 결정하면서 느낀 점은, 너무 불쌍하고 미안하다는 것이다. 얼마나 자존감에 상처를 입으려나 - 나도 그랬었으니까 크게 공감할 수 있었다.

결과 통보와 불복하는 사람들

면접이 끝나고 집에 와서 처음 한 것은 결과 정리와 문자로 결과 통보였다.

[CAD] 축하합니다. CAD에 합격하셨습니다.

[CAD] 죄송합니다. CAD에 불합격하셨습니다.

문자로 이러한 결과를 보내면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불합격자에게 왠지 모를 측은함을 느꼈다. 불합격 문자는 보내지 않는 편이 좋으려나 - 라고도 생각했으나 그게 더 사람에게 상처가 될 것 같다는 생각에 결국 보내기로 했다.

..하지만 이러한 불합격자에 대한 미안함은 며칠 내에 말끔히 사라졌다. 왜인가 하니, 두 명 정도의 불복하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추가 면접이 없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하여 자신만 특별한 기준으로 봐달라는 말을 하는데, 이를 며칠 동안 계속하니 점점 짜증이 쌓여 갔다.

이러한 시달림을 며칠간 받다가 잠잠해졌다 싶었을 때, 처음으로 부원들이 모이는 동아리 날(3/25)이 돌아왔다. 뽑힌 부원들의 얼굴을 보고 다시 흩어졌는데, 컴퓨터실을 정리하고 나오는 과정에서 믿을 수 없는 일을 당했다. 사고뭉치 글을 참조. ..정말 어이가 없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지금은 불복하는 사람들도 사라지고 부원들과는 단체 카톡방을 통해 의견을 공유하는 등 평범하게 동아리 생활을 하고 있다.

정리

이번 부원 모집은 여러 난관이 있었지만 여러 의미에서 기억에 많이 남는 고등학교 추억이 될 것 같다. 좋은 기억도 많이 있고, 나쁜 기억도 많이 있으니까 - 그리고 그것들이 대체로 다 강렬한 기억이니까. 대학교에 가서는 이러한 경험을 할 수 있을까? 아마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