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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jin Park
Frontend Dev

첫눈
2013. 11. 19.

어제 첫눈이 내렸다. 내린 시각은 오후 2시에서 3시 사이. 수업 중에 갑자기 눈보라처럼 내리더니 수업이 끝날 무렵이 되자 언제 눈이 내렸냐는 듯 뚝 그쳐 버렸다. 마치 소나기가 온 것 같았다. 학교에 자전거를 타고 왔어서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얼마 내리지 않아 다행이었다.

어렸을 때에는 눈을 참 좋아했었는데, 점점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어 갈수록 눈을 싫어하게 되는 것 같다. 예전에는 눈이 내리면 집 밖으로 나가 눈사람도 만들고 눈싸움도 하며 (꽤나, 그 때 기준으로는) 재미있게 놀았었는데 이제는 눈이 오면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귀찮음, 불쾌감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느낀다. 눈이 많이 와서 길에 쌓이면 잘 없어지지 않고, 쉽게 더러워져 미관상 보기 안 좋아지기 때문일까, 아니면 눈이 온 후 며칠간은 자전거를 타고 다닐 수 없게 되기 때문일까. 잘 모르겠다. 어떻게 되었든, 예전에 좋아했던 눈은 이제 나에게 부정적인 대상으로 변화하였다. 좋아하는 계절이 겨울에서 봄/가을로 바뀐 것은 이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눈과 관련된 또 하나의 이야기인데, 눈이 내렸다는 것은 기온이 상당히 떨어졌다는 뜻이다. 최저 기온은 영하로 떨어졌고, 최고 기온은 0도와 10도 사이를 맴돈다. 강한 바람도 불어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 보면 뼈를 깎는 듯한 차가운 바람이 옷 사이로 스며든다.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패딩을 꺼냈다. 바람막이를 두 겹으로 입는 것도 이제는 추워졌다. 바람막이 하나와 패딩 하나를 입어야만 그나마 따뜻함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날씨가 3월까지 계속된다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가을은 이제 다 갔다. 차가운 겨울만이 남았다.

요즘이라고 해야 할 지, 수 달 전-그러니까 학년 초-부터라고 해야 할 지 모르겠지만 최근 정신이 불안정해진 것인지 사소한 것에 호기심이 일고, 한 번 뇌리에 박힌 기억은 잘 잊혀지지 않게 되었다. 사소한 것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된 것은, 대체 나도 왜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예전이라면 언뜻 보고 지나갔을 것도 이제 한 번쯤 확인을 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기억에 남는다. "그게 무엇이었을까?", "~였던 것 같은데, 아니려나. 궁금하다."하는 생각이 느닷없이 아무 때나 생각난다. 그야말로, 신경 쓰이게 되면 잊혀지지 않게 된 것이다. 소설 <빙과>의 지탄다 에루가 "신경 쓰여요!"라고 하는 것이 예전에는 그렇게 크게 이해되지 않았었는데, 이제 좀 이해된다. 덕분에 호기심이 일면 그것을 해결해야 한다는 (과장해서 말하자면) 일종의 강박관념이 어느 때부터 생기게 되었다. 귀찮음과 궁금증이 공존하는 것이 꽤나 역설적이다.

오늘 학교에서 두 가지 상반된 일을 겪었다. 우선은 수학에서의 일이다. 지난 주, 수학 익힘책을 푸는 도중 문제가 오류가 있는 듯 하여 수학 선생님께 문제를 한 번 봐 달라고 부탁하였다. 결과는, 실제로 문제에 오류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원래는 제일코사인법칙을 이용하여 삼각형의 한 변의 길이를 구하는 간단한 문제였는데, 나는 그것을 보조선을 그어 삼각비를 이용하여 풀었기에 문제의 오류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별로 기대치는 않았는데, 수학 선생님은 "원래는 안 풀어도 되었을 기초 다지기 문제를 알아서 푸는 게 대단하다."라느니 -원래 기초 다지기는 안 풀어도 되는 문제였다- "4년만에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고 선생님한테 찾아와서 묻는 학생을 보았다"고 말하셨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속담이 있지 않은가. 나름 기분이 좋았다. 사람에게는 인정받고 싶어한다는 본성이 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되새기게 되었다.

6교시 수학 후 진행된 7교시 영어에서는 그와 상반된 일이 일어났다. 이번에는 수행 평가 시간으로 영어 광고 말하기 수행평가를 수행하는 시간이었는데, 내 차례-신웅이와 함께 수행 평가를 실시하였다-가 되자 선생님은 "두 착한 학생이 나온다. 한 명은 수업 시간에 잠만 자고(신웅), 한 명은 수업 시간에 딴짓을 하면서도 수업을 듣는다(나)"고 말씀하셨다. 살짝 가슴에 비수가 박혔다. 사실 영어 시간에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기에 수업을 듣지 않고 다른 행동을 한 것은 맞다. 다만 맨 뒷자리에 앉아 있었는데도 그것을 머리 속에 새겨둔 것이 무서웠다. ..내 이름도 모르는 것 같았는데. 꽤 전의 한국사 시간에 지난 밤에 잠을 얼마 못 자서 너무 졸린 나머지 잠을 잠깐 잔 적이 있었는데, 한국사 선생님이 "서진이마저"라고 했던 게 떠오른다(심지어 다음 시간에도 언급되었다). 학생으로서의 임무를 저버리면 안 된다는 강요인가. ..뭐 사실 당연한 것이긴 하다. 이러한 행동들로 인해 선생님들 사이의 평판이 좀 떨어지는 것이 걱정될 뿐이다. 대부분 수업은 열심히 듣는데 - 하교 시간에 국어B 선생님이 기준이와 나를 보면서 "국어 시간 때 수업을 잘 듣는 두 사람"이라고 한 것을 보면.

예상치 못하게 그냥 글을 줄줄 써버리게 되었다. 의식의 흐름 기법이라는 문학 용어가 생각난다. 대충 보니 문장 구조도 좋지 않다. 글솜씨를 좀 더 키워야 하는데, 과연 내 글솜씨는 좀 늘 수 있을까.

피곤하다. 내일은 학교에서 선도를 서는 날이다. 일찍 자서 일찍 일어나야 할 것 같다. 내일 추운 날씨 속에서 와들와들 떨며 선도를 설 생각을 하니 조금 고통스럽다. 겨울나기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