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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jin Park
Frontend Dev

느긋한 설날
2014. 1. 31.

태어나서 처음으로, 설날 아침에 일어나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할머니 댁에 가지도 않았고, 세배도 하지 않았으며, 친척들을 보지도 않았다. 유일하게 '설날에 할 만한 것'을 한 것은 떡국 먹기 정도. 올해부터 설날은 신정에 지내기로 했기에 이렇게 된 것인데, 막상 목금토일 4일 연휴를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채로 보낼 생각을 하니 뭔가 답답하다. 뭔가 해야만 할 것 같고,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로 있는 것이 두렵다.

나는 아침을 먹었다. 할 일이 없다. 그러나 무작정 널따란 백지 같은 '오늘'이라는 것이 내 앞에 펼쳐져 있으면서 무슨 기사(記事)라도 좋으니 강요한다. 나는 무엇이고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연구해야 된다.

이상이 <권태>를 통해 한 말이 어렴풋이 이해가 간다. 고등학교 입학 후부터 여러 숙제에 치이고, 할 게 늘 남아 있는 상태로 있어서 이렇게 되었을까. 잘 모르겠다. 몇 주 전에 '빨리 설날 연휴가 와서 아무것도 하는 일 없이 느긋하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와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불안하다'고 생각하니 꽤 아이러니하다.

평소라면 이런 걸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는다던가 프로그래밍을 한다던가 하여 해결했을 테지만 설날으로 인해 도서관은 닫았고, 딱히 개발할 거리는 없다. 아직 시간이 좀 남아 있긴 하지만 다음 주 월요일까지 예정되어 있는 수학 숙제라도 하는 편이 좋으려나. 할 일이 없어 고민하다니, 뭔가 굉장히 어색하다.